전직 국가대표 축구선수 출신 파이터? (2005/06/10)
지난 4일 끝난 UFC 53에서 ‘UFC 미들급 뉴(New) 챔피언’에 오른 리치 프랭클린… 화끈한 타격으로 미국 현지에서 인기가 높은 파이터다. 이번에 미들급의 터줏대감 에반 태너를 다시한번 제압하고 챔피언 자리에 올랐다. 별명이 ‘에이스(Ace)’인 프랭클린은 UFC 체급중 가장 선수 층이 두터운 미들급이라 할지라도 아마도 당분간 전성기를 구가할 것으로 예상된다. 어쩌면 ‘캡틴 아메리카’ 랜디 커튜어에 이어 전설의 반열에 이름을 올려놓을지도 모르겠다.
리치 프랭클린 이야기를 꺼내는 것은 리치가 프로 격투가로 데뷔하기 전에는 수학교사였다는 놀라운 이력을 소개하기 위해서다. 신시내티 대학에서 수학을 전공하고 교육학 석사 학위를 갖고있기도 하다.
격투 무대에 서는 프로 파이터들의 대부분은 평생 격투를 연마한 격투가들이 대부분이다. 어릴 때 격투를 시작해 아마추어 무대에서 경력을 쌓은 뒤 격투 스포츠 이벤트에 서는 것이 가장 일반 적인 코스다. 이런 상황에서 리치의 이력은 말그대로 이색적인 것에 틀림없다.
리치만이 아니다. 판크라스와 프라이드에서 뛰고 있는 론 워터맨은 25년간 아마추어 레슬링을 연마하기는 했지만 9년 동안 고교 레슬링 코치를 했던 경력이 있다. 뿐만 아니라 신앙심이 매우 깊어 현재까지도 선교사로 활동하고 있기도 하다. 그래서 얻은 별명이 ‘괴력의 목사’.
격투를 하는 선교사라니 어쩐지 어울리지 않지만 아직도 무술을 연마하는 동양 무술의 본산 소림사의 승려들을 생각해보면 전혀 쌩뚱맞은 이야기는 아니다. 사실 격투가의 삶이라는 게 끊임없이 고행하고 절제하며 봉사하는(?) 종교인의 삶과 많이 닮아 있는 것도 사실이다.
독특한 이력을 가진 격투가는 의외로 많다. 양복이 잘 어울리는 파이터로 잘 알려진 ‘플라잉 젠틀맨’ 레미 본야스키는 데뷔 전 은행가로 근무했었다. 지난 K-1 서울대회 출전 차 방문했던 그를 만났을 때 흑인임에도 잘 생긴 외모에 한번 놀라고 빼어난 패션 감각에 다시한번 놀랐던 기억이 난다.
‘60억분의 1’의 자리에 차근차근 도전하고 있는 미르코 크로캅도 잘 알려진 바대로 크로아티아의 경찰 출신이다. 본명이 미르코 필로포비치인 크로캅은 크로이티아 경찰(Cro-Cop)으로 아예 링네임을 바꿔버렸다. 격투가로 승승장구 하고 난 뒤 고국에 돌아간 뒤에는 국회의원에 당선되기도 해 ‘최강의 국회의원’으로 불리기도 한다.
여담이지만, 분기에 한번씩은 집단 격투를 일삼고 국회 운영위원회장에서 고급 유도 기술인 배대되치기를 완벽하게 선보이는 우리나라 국회의원들과 국회의원 친선격투라도 한 판 붙어야 하는 것은 아닌지……
UFC를 중심으로 한 미국 격투 무대의 파이터들은 대부분 레슬링을 기반으로 하는 파이터들이 대부분이다. 그 뒤로 주짓수를 연마한 선수들과 보디 빌더 출신들도 꽤있다. 재밌는 것은 미식 축구 선수 출신의 격투가들도 꽤 많다는 것.
우리에게 잘 알려진 밥 샵이 대표적인 케이스다. NFL 시카고 베어스에서 선수생활을 하다가 은퇴 후 프로레슬링 무대를 잠깐 거친 뒤 일본 격투 무대에 선을 보였다. 현재는 가장 인기있는 파이터로 확고히 자리를 잡았다. 사실, 밥 샵 이전에도 그정도 사이즈를 가진 격투가들은 얼마든지 있었다.
밥 샵이 단번에 주목을 받을 수 있었던 것은 그 엄청난 체구에서는 믿기 어려울 정도의 격투 능력을 보여주었기 때문이다. 물론 세밀한 기술과 지구력에는 문제가 한계만 있지만 순발력과 유연성은 언제 봐도 놀라울 따름이다. 미식축구를 하지 않았다면 그 덩치로 격투를 한다는 것은 단언컨데 불가능했을 것이다.
UFC 무대에는 의외로 미식축구 출신 파이터들이 많다. 이번에 UFC에서도 선을 보였던 저스틴 엘리어스는 미식축구 명문 아이오와 주립대학 출신으로 NFL대신 UFC를 선택했다. 같은 날 UFC에 출전했던 케빈 조단 역시 멤피스대에서 수비수로 활약했었고 왠만한 선수보다도 인기가 높은 명 레프리 존 맥카시는 고교 풋볼팀 코치였다.
우리나라 격투가들도 대부분 소위 운동을 했던 선수들이 대부분이다. 최무배는 9년동안 국가대표 레슬링 선수였고 김민수도 애틀란타 올림픽 유도 은메달리스트다. 이번에 프라이드에 데뷔한 윤동식도 오랜 유도 선수생활을 했었던 것도 이미 잘 알려진 사실이다.. 대부분의 파이터들이 아마 스포츠 출신, 특히 투기 종목에 집중되어 있다.
투기 종목을 제외하고 다른 종목의 선수를 발굴한다면 개인적으로는 국가대표 축구팀의 차두리가 가장 탐이 난다. 무슨 생뚱 맞은 소린가 싶지만 이미 차두리는 이전의 축구 경기에서 ‘내추럴 본 파이터’로서의 역량을 십분 증명해 보인바 있다.
가장 최근 사례는 역시 이번 쿠웨이트 전에서의 어깨 공격(?) 장면이다. 정보력이 부족해 상대선수 파악이 전혀 안 되었는지 차두리의 머리를 때리는 엄청난 실수를 저질렀던 쿠웨이트 선수를 차두리는 살짝 어깨를 밀쳤다. 결과는 잘 알다시피 쿠웨이트 선수가 머리까지 충격이 전해져 떼굴떼굴 굴러 나가 떨어지는…… 농담이다. ^^
지난 지난 해 9월 독일월드컵예선 베트남 원정경기에서 뒤에서 밀착해온 상대 수비수를 상대로 팔꿈치 공격을 선보였었다. 축구에서는 당연히 퇴장이었지만 발리 투도에서는 팔꿈치는 무릎과 함께 인간의 가장 강력한 근거리 무기다.
그 험하다는 이탈리아 수비수들을 포함한 상대 선수들은 말할 것도 없고 함께 훈련하는 동료 선수인 이영표와 이을용에 부상을 입히기도 했었다. 정해성 코치를 태클로 공격해(?) 갈비뼈를 부러뜨린 사례도 있다.
태클은 종합격투에서는 공격의 시작이나 다름 없다. 일단 기본은 돼있는 셈… 185cm의 키에 75kg으로 균현잡힌 몸도 훌륭하다. 순발력이나 유연성, 지구력까지 기본 운동능력은 왠만한 격투가 이상일 것이다.
기술적인 면으로는 일단 킥 능력은 바로 실전 투입이 가능하다. 가능한 정도가 아니라 파이터로 전향한다면 차두리의 주무기가 될 것이다. 실제로 사커 킥은 MMA 무대에서는 가장 강력한 공격기술 중에 하나 이며 반달레이 실바나 크로캅도 사커킥을 효율적으로 구사한다. ‘모든 것을 허용된다’는 발리 투도를 지향하는 종합 격투계에서도 사커 킥을 금지시켜야 한다는 주장이 나올 정도로 실전에서의 위력은 엄청나다.
순전히 노파심에서 덧붙히지만 차두리가 국대 주전 공격수 치고는 골 기여도가 매우 낮고, 패스 성공률이 매우 떨어져 공격의 흐름을 오히려 방해 한다거나, 우측 공격수로는 필수적인 능력인 센터링 능력이 부족해 맥을 끊는 사례가 많으며, 한국 축구의 위대한 스트라이커였던 아버지의 후광으로 국대에서 자리를 유지한다는 등등의 이유로 축구선수 차두리를 폄하하고 비난하려는 것은 절대 아니다.
솔직히 말하면 박주영의 등장으로 조금 걱정이 되기는 하지만 순전히 격투 스포츠로 이적할 가능성 만을 보고 언급한 것이니 오해 없으시기를…
금번에 출범을 앞두고 있는 프라이드 FC의 74kg(종전의 부시도 급)이면 어떨까? 주책맞은 상상은 멈출 수가 없다. 프라이드 간판 고미 다카노리를 강력한 어깨 태클에 이은 사커킥으로 제압하는 장면이 눈앞에 어른거린다. 축구 국가대표 출신 파이터면 흥행도 100% 보장인데… 혹시 명예로운 국가대표 자리에서 예상보다 빨리 은퇴한다거나 하면 한번 심각하게 고려해봄이 어떨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