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회명: 드림.3 (DREAM.3) [라이트급 그랑프리 2008 토너먼트 2라운드]
대회일시: 2008년 5월 11일
대회장소: 일본 사이타마 슈퍼아레나
경기: 총 8경기
- 라이트급 토너먼트(-70 Kg) 2회전 3 경기
- 미들급(-84 Kg) GP 토너먼트 1회전 1경기/ 리저브 매치 1경기
- 라이트급, 페더급(67 Kg) 원매치 각각 1경기
- 웰터급 챔피언 도전자 결정전 1경기
소위 '밥만먹고 운동만 하는' 전문 파이터들의 역량의 차이는 사실 크지 않다. 입식 타격과 그라운드에서 완벽하게 상대를 압도하는 경우는 효도르라도 많지 않다. 흔히 '종이 한장 차이'라는 말을 하는데, 실제로 전문 파이터들간의 경기에서 승부를 가르는 것은 종이 한장까지는 아닐지라도, 순간적인 작은 '디테일'이 경기의 전체를 승패를 가르는 것은 거의 모든 경기 상황에서 발견되는 일이다.
어떤 파이터의 '격투 수준이 높다'라고 평가할 때는, 실제로 이러한 '디테일을 놓치지 않고 기회로 포착해내는 확율이 높다'것을 의미하며, 이는 곧 승수와 직결된다. 드림.3에 대한민국을 대표하여 출전하여 첫 승을 기대했던 김대원과 정부경도 바로 이런 디테일을 놓치면서 승전보를 전하는 데 실패했다. 두 선수가 아쉽게도 놓친 디테일 상황은 무엇어었을 까?
김대원이 놓친 디테일 #1; 탑 포지션의 유지
1R 예상외로 맨호프가 윤동식에게 당했던 뼈아픈 패배를 반복하지 않겠다는 듯, 윤동식의 팀 동료인 김대원을 상대로 신중하고 차분하게 경기 초반 탐색전에 나서 보는 눈을 의심스럽게 했다. 이어서 펼쳐진 펀치 교환때도 무시무시한 멜빈의 양훅에 맞서 정면으로 맞불을 펼쳐 관중석을 술렁이게 했다. 오히려, 김대원의 반박자 빠른 스윙에 몇차례 충격을 받은 멜빈이 휘청거리며 로프를 잡으려 하는 등 당황스러운 모습을 보여 해 대이변에 대한 기대감이 싹트기도 했다.
이어진 그라운드 공방에서도 숨막히는 기대감은 계속 되었다. 김대원이 깔금한 테이크다운에 이어 그라운드에서도 유리한 포지션을 잡아낸 것. 또 한번의 대이변에 대한 기대치가 급속도로 상승한 것은 말할 것도 없었다.
그러나 김대원이 단 한차례 놓친 디테일은 그런 기대감을 한순간에 날렸다. 맨호프와 같은 엄청난 타격가와 상대하지 않더라도, 그라운드 상황에서의 포지션 유지는 기본 중에 기본. '그래플링의 정석'이 있다면 그 첫 장은 아마도 '포지션의 유지'일 것이다.
그만큼 유리한 포지션의 유지는 그라운드에서의 압박을 유지하기 위한 가장 기본적인 단계다. 김대원이 패배하는 데 잘못한 게 있다면, 바로 유리한 탑 포지션의 유지하는데 실패했다는 것. 멜빈이 그라운드에서 전투력이 반감되는 것은 사실이나, 완전히 반쪽짜리 파이터는 아니라는 것을 잠시 잊었던 것이 재앙의 시작이었다.
멜빈이 등을 바닥에 댄 자세에서 김대원이 숨을 고르는 순간적인 틈을 놓치지 않고 힘으로 포지션을 뒤집어 냈고 그대로 사실상의 경기는 끝이었다. 김대원에게는 사실 이 순간이 서브미션을 시도할 타이밍이었지만, 이 기회를 기대로 흘려보냈고 돌아온건 당연히 역습이었다.
실제로 파워를 실키가 보기만큼 쉽지 않은 그라운드 타격 자세에서도 엄청난 파워를 내는 멜빈에게 절대 내주지 말았어야 할 것을 내주고 만 것. 마지막 사이드 마운트에선 멜빈에게 시도했던 어설픈 그립의 관절기 시도가 실패하자 김대원이 이제까지 경험해보지 못했던 수준의 타격이 쏟아졌다. 김대원 아니라 동급의 누구도 버티기 힘든 파운딩에 역습을 포기했고 그대로 레프리스톱이 선언되었다.
김대원이 만약 맨호프의 포지션 스위칭 순간에 서브미션을 시도했다면? 아마도, 윤동식에 이어서 세계의 거의 모든 격투팬들에게 자신의 이름을 각인 시켰을 것이다.
정부경이 놓친 디테일 #2; 서브미션의 기회
김대원의 패배의 아쉬움이 채 가시기도 전해 등장한 정부경은 한층 비장한 모습이었다. 타무라 키요시를 승계한다는 나카무라 다이스케를 맞아 종합격투기 첫 승에 세번째 도전에 나선 정부경에게 더 큰 기대를 가질 수 밖에없는 상황이었다.
상대하는 입장에서는 여간 성가신게 아닌 왼손 잽을 앞세운 나카무라의 타격에 말리면 힘들다고 판단한 정부경이 태클에 이어 순간적으로 뒤로 돌아가는 가 싶더니 그대로 암바로 이어냈다. 문제는 그립과 지렛대 역할의 다리가 넘어오지 못하며 완벽하게 제압하지 못했다는 것.
서브미션에서 그립의 실패는 곧 역습을 의미한다. 정부경이 놓친 디테일이 바로 이 부분인데, 저신의 서브미션 시도할 때는 그립에 실패했고, 상대가 그립의 실패에는 역습으로 되갚아 주지 못했다.
김대원의 서브미션의 실패는 여지없이 곧바로 나카무라의 역습으로 이어졌다. 탑 포지션을 내주고 파운딩과 이어진 하체관절기, 암바와 기무라 등 차례로 위기 상황을 맞은 것. 1라운드 중반이 지나면서 정부경에게도 순간순간 좋은 기회가 왔지만, 이제 종합격투 3전째인 정부경에게 타이밍을 포착을 기대하기란 쉽지 않은 일 이었다. 그라운드 공방과 클린치 싸움에 이어 나카무라가 끈질기게 하체를 노렸지만 힐킥으로 정부경이 위기를 넘기며 1라운드를 가까스로 마쳤다.
2라운드도 시작부터 나카무라의 괴롭힘은 이어졌다. 스탠딩 클린치 상태에서 그립을 잡은 채 몸을 날려 기무라를 만들어내더니 암바까지 이어내 정부경을 당황스럽게 했다. 당황스러움이 채 가시지도 않은 정부경을 놓치지 않고 추격한 나카무라에게 다시한번 좋은 기회가 찾아왔다. 위기를 넘겨 채 숨을 고르기도 전에 나카무라의 정확한 오른손 스트레이트가 정부경의 턱에 꽂힌 것.
뒷 걸을을 치던 정부경이 왼손 훅을 날리며 왼쪽으로 돌아나가는 순간, 안쪽에서 추격해온 나카무라의 스트레이트가 당연히 훨씬 빨랐고 충격도 배가되었다. 타이밍이 거의 완벽한데다가 안정된 자세에서 스피드도 빨라 파워 넘치는 타격은 아니었더 하더라도 실신KO를 만들어 내기에는 충분했다.
글로 정리해 놓고 보내 당연한 이야기처럼 들리지만, 실제로 많은 패배가 이런 '당연한 부분들'을 놓치면서 나온다. 특히 운동능력 만큼은 세계 탑 파이터들에 견주어 뒤질것이 없다고 평가받는 우리나라의 파이터들이 가장 약한 부분으로 지적되는 부분 또한 바로 이런 '디테일의 부족'이라는 것을 잊어선 안 될 것이다. 김대원과 정부경이 이런 디테일을 놓치지 않고 자신의 기회로 만드는 순간이 바로 두 선수에게 첫 승의 소식을 들을 수 있을 것 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