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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1/K-1 WGP

무에타이 미라클(Muay-Thai Miracle) (2005/05/31)

최홍만의 프로 격투가 데뷔무대인 서울대회 결승전 당시 상대는 태국 출신의 카오클라이 카엔노르싱 이었다. 태국 무에타이 무대인 라자담넌 수퍼웰터급 챔피언 출신의 낙무아이(무에타이 선수)였다.

'테크노 골리앗' 최홍만은 잘 알다시피 2m 18cm에 160kg. 말 그대로 거인이다. 실제로 만나 본 최홍만은 키도 상상을 초월 했지만 손발 크기는 물론, 상체의 크기가 우람하기 그지 없었다. 반면, 카오클라이는 공식적으로는 180cm로 나와 있으나 실제로는 176 cm 정도 되 보였다. 비교적 탄탄한 체구를 가지고 있어 왜소하다는 느낌은 아니었지만 정말 K-1 월드 그랑프리 무대에서 뛸 수 있을까 하는 의구심은 지울 수 없었다.

이 두선수의 차이는 무려 38cm이다. 몸무게는 거의 두 배 차이. 어떻게 이 두 선수가 경기가 될까? 그것도 일방적인 승부가 아닌 판정까지 가는 접전이었다면 직접 눈으로 보지 않고서는 쉽게 믿기 어려운 이야기이다. 다윗이 골리앗과 싸울때도 돌팔매로 이긴것이지 절대 백병전은 아니었다.

실제로 카오클라이는 K-1에 와서 항상 자신보다 큰 선수들만 싸워오며 '무에타이 미라클'이라는 별명도 얻기도 했다. K-1의 레이 세포와 마크 헌트의 뒤를 이을만한 강타자로 주목 받던 마이티 모를 점핑 하이킥 한방으로 기절 시켰을때 언론에서는 카오클라이를 '미스테리하고 미스테리하며 미스테리한' 파이터라고 치켜 세웠다. 마이티 모도 역시 185cm에 126kg으로 거구를 자랑한다.

K-1은 월드 그랑프리는 기본적으로 무체급 무제한급 경기이다. 그래서 최홍만과 카오클라이가 같은 링에 오르는 장면도 연출될 수 있는 것. 그렇지만 아무리 생각해도 이건 무리가 있다. 만일, 타이슨과 유명우 선수가 시합을 같은 룰로 경기를 벌인다고 상상해보라. 두 선수의 체중차는 '고작' 51kg. 최홍만과 카오클라이 선수는 무려 82kg 차이다. 이제 실감이 나는지.......

카오클라이는 그날 최홍만에게도 점핑 하이킥을 한차례 시도했었다. 타이밍과 거리는 완벽했다. 날아오르는 순간 마이티 모의 실신 KO 장면이 순간 떠올랐을 정도였다. 결과는 카오클라이의 정강이가 최홍만의 어깨를 강타하며 안면 공격이 무산 되었다.

그 뒤로 카오클라이는 전략을 바꿔 펀치로 경기를 풀어나가기 시작했다. 팔꿈치가 위로 향하는 형태의 부자연스러운 자세의 펀치였지만 가장 강력한 힘을 낸다는 팔꿈치 내각 90 °를 정확히 유지하는 것을 보고 경기는 비록 졌지만 다시한번 카오클라이의 미스테리한 힘을 느낄 수 있었다.

카오클라이가 K-1 월드 그랑프리 무대에서 단순히 위력시범에 그쳤다면 쁘아까오 포.프라묵은 경량급 맥스(MAX) 대회를 초토화 시키며 가볍게 우승컵을 거머쥐었다. 양 발 킥을 양 훅 처럼 자유자재로 쓴다는 쁘아까오는 맥스 최강 마사토를 어린아이 다루듯 일방적으로 두들기며 무에타이의 무서움을 전세계에 증명했다. 8강전을 앞두고 있는 올해 맥스 그랑프리에서도 여전히 강력한 우승후보로 첫 손에 꼽힌다.

무에타이의 메카 태국에는 쁘아까오 뿐만 아니라 26살의 젊은 나이에 전설의 반열에 올라선 남삭노이,왠만한 경기는 '경이적인 왼발' 하나로 끝내는 쌈코... 링위의 폭군이라 불리는 펩랍엑 등 우주최강이라는 낙무아이들이 줄줄이 있다. 체구가 천성적으로 작았으니 망정이지 세계 격투계가 무에타이 파이터들의 마이너리그가 될 뻔 했다. 남삭노이와 쌈코 팻랍엑 선수는 오는 6월 4일 코마(KOMA) 대회 출전 차 한국에 온다. 전설의 낙무아이를 직접 보고 확인해보는 것도 좋을 것이다. (자세한 사항: www.komagp.com)

입식타격에서만 무에타이가 맹위를 떨치는 것은 아니다. 종합 격투 무대에서도 이제는 무에타이가 복싱을 제치고 타격 필수 이수과목으로 바뀌고 있는 중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물론 그 일종의 유행의중심에는 반달레이 실바의 슈트 복스가 있다. 슈트 복스의 정식명칭은 '아카데미아 슈트복스 무에타이'로 무에타이 타격 기술을 종합 격투에 최적화 시킨 형태의 타격기술을 자랑한다. 실바와 쇼군이 차례로 퀸튼 잭슨을 침몰시킨 무릎공격이 대표적인 무에타이 공격기술이다.

아마도 거의 모든 MMA 파이터가 무에타이와 무에타이에서 파생된 킥복싱을 타격기로 체택해 훈련하고 있다고 봐도 무방할 것이다. 이미 파이터들에게는 그라운드에서는 주짓수, 입식타격에서는 무에타이라는 공식을 숙지하고 있을 것이다.

태국에서의 무에타이는 역사상 단 한번도 외침에 굴복하지 않은 전쟁의 역사와 그 줄기를 같이한다. 현재는 태국의 전통무예인 동시에 대표적인 인기 관전 스포츠로 자리 잡으며 그 역사를 이어오고 있다. 금작에 와서는 세계 격투무대에 작은 체구에서 붐어져 나오는 그 미스테리한 힘을 과시하기 시작했다.

우리의 전통무예인 태권도에 자꾸만 아쉬움이 남는다. 경기 스포츠로 세계 스포츠계에 막강한 영향력을 미치고 있는 것은 사실이지만 실전성 부분에서는 왠지 어깨가 움츠려든다. 지난 2004년 그리스올림픽 태권도 헤비급 결승전에서 우리나라의 '태권영웅' 문대성이 뒤후리기로 상대를 실신 시키며 금메달을 따냈을 때...... 솔직히 문대성이 K-1 링 위에 서서 레미 본야스키를 뒤후리기로 눞히는 가슴뛰는 상상을 멈출수가 없었다.

'돈 보다 명예'를 선택했다는 문대성에게 다시한번 묻고 싶다.

과연 프로 격투무대의 격투가들이 '명예보다는 돈'을 탐내 링위에 선 것이며, 전세계의 모든 무술의 고수들이 모인 무대에서 태권도의 위대함을 증명해보이는 것이 무도인으로서 더욱 명예로운 일이 아닐지...

태권도가 실전 격투술이기 보다는 말그대로 '도(道)에 그 근본이 있다는 것도 이해를 못하는 부분은 아니다. 경기 태권도는 도의 일부분이고 격투 스포츠는 도의 범주를 벗어낫다는 사고방식은 이해할 수 없다.

또한, 자본주의 사회에서 '자본'을 추구하는 것은 지극히 정상적이며 권장받아야 할 것이며, 그 명예로운 올림픽도 자본의 힘이 아니면 그런 명예를 줄 수 없다는 것을 다시한번 강조하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