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방' 있는 선수들은
언제나 사람들을 즐겁게 한다.
왕년의 타이슨이 그랬고 격투기 쪽에서는 K-1의 제롬 르 밴너나 '
원조 러시안훅'으로 날렸던 이고르 보브찬친이 유명하다.
언제나 TV의 격투 중계의 오프닝이나
하이라이트는 한 방' 장면들이 장식한다.
우리는 왜 '한 방'에 열광하는가?
타이슨의 '한 방', 밴너도 K-1에서 '한 방'으로는 빠지지 않는다.
개인적으로도 챔피언 벨트는 그래플러가 가져갈 확율이 높지만 팬들의 인기는 '한 방'이 있는 선수들이 차지할 가능성이 많다고 생각한다. 단적인 예가 앞서 언급한 보브찬친인데, 현재 보브찬친은 현역 프라이드 파이터 중 최장기간, 최다 출전 수를 자랑한다. 프라이드 마니아 중에서도 보브찬친을 노장으로 분류하는 사람들을 많이 본 적이 있는데... 정확히 1973년 8월 생으로 서른 두살로 노장으로 보기는 어렵다. 그가 나이가 많다고 생각하는 사람들이 많은 건 그가 98년 프라이드 4부터 무려 27 차례나 출전하면서 일어난 일종의 착시 현상인 것으로 풀이된다.
격투스포츠를 관전하면서 한번쯤은 그 순간적인 짜릿한 전율을 기억하는 사람들이 많을 것이다. 크로캅의 '전율의 하이킥'(아이러니컬 하게 K-1, 프라이드를 모두 합쳐도 가장 멋진 하이킥은 보브찬친 전에서 터졌다)이 그를 최고의 격투스타로 만들었다는 것에 이의를 제기할 사람은 많지 않을 것이다. 그러나 왠지 킥에서 터지는 '한 방'보다는 펀치에서 터져나오는 '한 방'에 더 높은 점수를 주게 되는 것은 어쩔수 없다.
K-1에서도 '한 방'에 대한 공식은 그대로 적용된다. 챔피언 벨트는 빼어난 경기운영의 어네스트 호스트와 피터 아츠가 차지했지만 팬들의 인기는 '원 매치의 제왕' 제롬 르 밴너와 '부메랑 훅'의 레이 세포의 오른손 훅에 더욱 몰렸다. 마크 헌트도 '한 방'에 빠지지 않는데 '불굴의 맷집'과 함께 이런 강력한 훅으로 챔피언 벨트까지 차지했다.
'한 방'에 대한 동경... 펀치의 파워와 스피드, 타이밍이 합작하여 내놓는 녹-다운이라는 예술품의 찰나를 보기 위해 격투팬들은 화면에서 눈을 떼지 못하고 집중한다. '쩍' 하는 소리를 내면서 이미 맞는 순간 경기가 끝났음을 직감하게되는 그 순간의 순간적인 극도의 긴장감이야 말로 격투 스포츠의 가장 큰 매력이 아닐 수 없다.
지난 주말 UFC의 알아주는 '한 방' 파이터... 팀 실비아의 헤비급 챔피언 벨트 탈환소식을 접하고 부랴부랴 경기 영상을 구했다. 이미 경기 결과를 먼저 알고 나중에 본 터라, 순전히 팀 실바의 그 육중한 체구에서 터져 나오는 단발 녹-다운 펀치를 기대하고 경기를 본 것이나 다름없었다.
스테로이드 양성반응으로 인한 챔피언 벨트 박탈 파문 이후, 부쩍 몸이 불었던 팀 실비아는 이날은 한결 가뿐해진 모습이었다. 정확한 게체량은 확인되지 않았으나, 눈으로 보기에도 복부의 군살이 눈에띄게 줄고 근육도 탄탄해진 모습을 볼 수 있었다. 게다가 그 큰 덩치로 사뿐사뿐 스텝을 밟으며 스피드라면 일가견이 있는 알로프스키를 상대로 전혀 밀리지 않는 팽팽한 대치를 이루었다.
팀 실바의의 '한 방'을 기대하고 숨죽여보고 있었지만, 정작 '한 방'을 먼저 터뜨린 것은 알로프스키 쪽이었다.
알로프스키는 사실 묵직한 타격과는 거리가 먼 체형이지만 펀치 하나는 날카롭고 빠르기로 악명높다. 지난 UFC 55에서 '헤드 헌터'라는 별명에서 알 수 있듯이 역시 '한 방'으로 유명한 폴 부엔텔로를 맞아 멋진 오른손 카운터 펀치 '한 방'으로 챔피언 벨트를 지켜냈다. 흔히들 펀치의 3요소, 즉 파워와 스피드 타이밍 중 두가지만 갖고 있어도 KO를 이끌어 낼 수 있다는 이야기들을 하는데, 알로프스키의 KO 펀치는 스피드와 타이밍 이 두가지가 매우 뛰어나다. 실비아 전에서도 역시 맞는 순간 녹-아웃을 예감할 정도로 완벽한 타이밍의 빠르고 날카로운 펀치였고 팀 실비아의 그 큰 덩치가 힘없이 바닥으로 무너져 내렸다.
놀라운 일은 그 뒤에 벌어졌다. 팀 실비아가 다운되면서 그대로 알로프스키가 연이어 파운딩 공격을 들어갔는데 실비아는 정신이 거의 나간 상태에서도 무의식 적으로 파운딩의 충격을 최소화 하는 모습이었다. 그러면서 놀라운 속도로 충격에서 회복했고 단 8초 정도 흐른 뒤 스탠딩으로 전환해 바로 '한 방'으로 되갚아 주었다.
이를테면, 양 선수의 희비가 한 번씩 주고받는 '한 방' 펀치의 품질에서 갈린 것이라고 볼 수 있다. 알로프스키의 스트레이트 성 펀치가 보기에는 훨씬 더 미려해 보였지만, 실비아의 체중 실린 어퍼컷 성 훅과는 파워의 차이가 너무나 컸다.
지난 토요일 국내 경기에서도 오랫만에 '한 방'이 터졌다. 그 주인공은 돌아온 '슈퍼코리안' 데니스 강. 최근 복싱 훈련에 열심이기는 했지만 기본적으로 주짓수 파이터로 분류되는 그였지만 세계 최고, 최대, 최강의 격투 이벤트 프라이드 FC에서 3연승 파이터 수준은 상상 이상이었다.
국내 경기에서는 좀처럼 보기 힘든 '한 방' 장면이었고 격투 팬들에게 '한 방'이야 언제나 환영받는 손님이지만, 너무나 기다렸단 데니스 강의 경기였고, 경기 시간 총 12초만에 끝나버린 일이다 보니 아쉬움도 그만큼 컸던 것도 사실이다. 아쉬움은 컸지만 데니스 강의 펀치 장면은 가슴속에 두고두고 남을 멋진 '한 방' 장면이었다.
알로프스키와 팀 실비아의 '한 방'부터 데니스 강의 '한 방'까지 몇일 터울로 터져나와 두서없어 써내려가기 시작했는데, 독자분들이 기억하시는 '한 방' 장면은 어떤 것들이 있을지...(문을 던지는 동시에 머릿속에 수많은 장면들이 스쳐 지나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