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토리가 살아있고 짜임새 있는 매치-업으로 유명한 프라이드 FC가 기어코 사고(?)를 쳤다. 그것도 어마어마한 대형사고를...

새해 벽두부터 프라이드 팬들에게 전해진 사고 소식은 바로 프라이드 무차별 그랑프리(GP)를 개최한다는 소식이었다. 지난 남제 2005가 끝난 후 프라이드 FC의 사카키바라 대표가 '무차별 GP'를 언급했을 때 까지만 해도 2006년도 한 해 장사(?)를 위한 깜짝 발언 정도로 치부했던 것도 사실이다. 실제도 당시에는 '헤비급 GP, 혹은 무차별 그랑프리'라고 언급했었다.

사카키바라의 '무차별 GP' 계획이 공개되자 일본 현지의 프라이드 팬들을 중심으로 또 다시 설전이 이어졌다. '무제한, 무체급 격투야 말로 발리 투도의 진짜 모습'이라며 옹호하는 쪽과 '현대화 된 격투 스포츠라는 취지에 걸맞지 않은 시대착오적 발상'는 회의론 쪽으로 갈려진 것은 불보듯 뻔 한 사실이었다.

전문가들 사이에서도 사카키바라가 무차별 GP 개최 계획에 이어 구체적인 출전선수 이야기가 오가고 마침내 일정까지 공식 발표되었을 때 까지만 해도 현실성이 없다고 생각한 쪽이 압도적으로 많았다. 프라이드도 경량급 육성을 위해 작년 한 해동안 웰터급과 라이트 급을 신설하여 체급을 더욱 세분화 했던것을 감안하면 무차별 GP는 갑작스럽다는 반응이었다. 한마디로 '진짜로 할 줄은 몰랐다'는 이야기였다.

사실 이종격투기는 시작부터 무차별 무체급 경기나 다름 없었던 것도 사실이다. 이제는 전설이 된 엘리오 그레이시와 기무라 마사히코의 맞대결도 지금의 기준으로 보면 라이트 급의 주짓수 선수와 웰터급의 유도선수간의 무체급 경기였다.  복싱도 초창기에는 체급 개념이 없었다. 심지어는 라운드 제한도 없어서 40라운드 이상을 치루는 일도 있었다고 하니 이 정도면 말그대로 무규칙, 무체급, 무차별 격투나 다름없다.

현대화된 격투 스포츠의 시발점으로 보는 UFC도 처음에는 체급 구분이 없었다. 사실 UFC에서 호리호리한 호이스 그레이시가 거구들을 차례로 제압하며 우승을 차지하지 않았다면, UFC는 그저 그런 이벤트로 몇차례 치뤄지다가 흐지부지 되었을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당시 호이스를 만났던 미국의 거구의 선수들은 자신의 팔과 발목이 꺽여 탭을 할 때까지도 '왜 저런 왜소한 선수가 격투기 대회에 나왔을까'하고 의아해 했었을 것이다.

실제로 무차별 GP 옹호론자들이 가장 많이 드는 사례가 호이스의 UFC 우승 이야기이다. 뛰어난 기술을 갖고 있다면 체중 차이는 별로 문제되지 않는다는 논리인데, 물론 일정부분까지는 틀린 이야기는 아니다. 그러나 시대가 바뀌었다고 해야할까? 호이스가 뛰어난 주짓떼이며 기술 수준이 높다는 것은 부인할 수 없는 사실이지만, 단언컨데 당시의 호이스가 현재의 프라이드나 UFC에 출전한다면 당시와 같은 승리는 절대 보장할 수 없다. 또한 그, 체격의 호이스가 주짓떼가 아니라 복서였다면 MMA 대회에서 우승했을 거라고도 생각하지 않는다.

이미 잘 알려진대로, 당시의 MMA 파이터들, 특히 미국의 파이터들에게 조차도 주짓수의 서브미션 기술들은 생소하기 그지없는 비기(秘技)나 다름없었다. 주짓수의 가장 큰 위력은 바로 의외성! 상대가 내가 유술가라는 것을 전혀 모르고 있고 서브미션의 매커니즘에 대한 이해가 전혀 없을 때 주짓수는 가장 빛을 발한다. UFC 초창기의 호이스가 딱 그 상황이었고, 그렇기 때문에 왜소한 체구에도 불구하고 거구들을 제압할 수 있었던 것이다.

2006년 현재에도 호이스가 누렸던 주짓수 프리미엄을 작은 체구의 주짓수 선수가 누릴 수 있을까? 아무리 생각해봐도 어렵다. 같은 체급의 타격계 선수들에게도 이미 그런 프리미엄이 통하지 않게된 지 오래인데, 하물며 체중이 적은 선수가 큰 선수에게 기술상의 우위를 내세운다는 것은 백번 양보해도 어렵다. 이제 주짓수는 MMA 필수 이수과목이나 다름없다.

물론, 이때까지 다른 체급의 선수들간의 경기가 전혀 없었던 것은 아니다. 또한 체중조절에 의한 체급이동도 비교적 활발하게 이루어졌던 것도 사실이지만, 이번 무차별 GP처럼 공식적으로 체급차를 인정한 채 같은 조건에서 경기를 벌인 적은 전무하다. 타 체급간 경기도 대부분 입식타격계 선수의 초기 적응을 위한 배려나 다름없었던 것이지 각 체급의 정상급 파이터들간의 경기는 거의 없었다. 체중이동에 의한 체급 조정도 한 체급 이상 넘나드는 경우는 없었다.

현재 까지 무차별급 GP 출전 이야기가 나온 파이터들을 보면 헤비급 선수들이야 원래 올해 헤비급 그랑프리 개최가 예정되어 있던 해이니 터줏대감 격이고, 실바와 쇼군, 사쿠라바 등 미들급 선수들에게 기대가 큰 모양이다. 가장 관심이 쏠리는 선수는 역시 라이트급 챔피언 고미 다카노리가 아닐 수 없다. 명색히 모든 체급에 열려있다는 무차별 GP인 만큼 구색을 갖춰야 하는 상황이니 라이트급에서도 누군가는 내보내야 할 텐데, 열번 양보해도 고미 만한 선수가 없다. 웰터급도 걱정되기는 매한가지지만 챔피언 댄 핸더슨이 그전까지는 미들급의 탑 레벨이었으니 해볼만하다지만 라이트급은 상황이 다르다.

 결론부터 말하면, 고미에게는 애석한 일이지만, 라이트급이나 웰터급 선수들에게는 무차별 GP 출전 자체를 도시락 싸가지고 다니면서 말리고 싶다. 고미도 여러차례 반달레이 실바와 맞붙고 싶다고 말한바 있지만, 기백만으로는 절대 넘을 수 없는 물리적인 차이를 간과해서는 안 될 것이다. 실바와 고미는 공식 계체 기준으로 20kg 차이가 난다. 물론 체중 상한이 없는 헤비급에서도 20kg 차이는 비일비재한 수치이지만 헤비급에서 20kg 차이와 중경량급에서 20kg 차이는 그 무게다 다르다.

펀치만 봐도 그 차이는 자명해 진다. 압도적인 펀치 테크닉의 차이라는 게 최고 수준의 프로복서 레벨이 아니라면 의미가 없는데, 그러면 남는 것은 순수하게 펀치력의 차이라는 결론이 나온다. 펀치력은 근력, 즉 근육의 크기도 중요하지만 스텝에서 실리는 체중차가 핵심인데, 라이트급 선수에게는 더 실어낼 체중이 있을리 만무하다. 리치 차이도 엄청난 결과를 좌우하지만 특히 경량급에서는 이런 1kg의 체중차이가 엄청난 펀치력의 차이를 가져온다는 계산이 나오는 것이다. 킥으로 이야기를 옮겨가면 그 차이는 더욱 커진다. 잘 알려진 대로 킥의 위력은 펀치의 세네배를 훌쩍 넘는다. 그만큼 체중에서 오는 킥력의 차이는 배가 된다는 의미이다.

경량급의 가장 큰 장점이 스피드라고 하는데, 도데체 무슨 스피드를 의미하는 것인지 전혀 모르겠다. 빠른 스텝을 의미하는건가? 도망만 다니면 이길수 있는 거라고 생각하는 독자는 없을 것이다. 그럼 핸드 스피드? 효도르의 핸드 스피드가 고미에 비해 느릴까? 치고 빠지면 되지 않느냐고? 링 위에 도망갈 곳이 있는지 반문하고 싶다. 게다가 서서 사우는 입식 타격경기가 아니라 MMA 경기에서 도망갈 곳은 링 위가 아닌 벌판이라도 찾기 어렵다.

말 나온김에 그래플링으로 간다면 상황은 더욱 어려워진다. 호이스의 사례에서 언급한 기술상의 우위도 안정적으로 상대를 압박한 이후에나 가능한 일일 것이다. 경량급 선수가 탑 포지션에 있을 경우 이런 체중을 이용한 압박 효과는 제로라고 봐야 한다.

만약에 경량급 선수가 아래에 있을 경우는 더 심각하다. 역전 서브미션 기술을 상상하는 독자분들이 계실지 모르지만, 가드 포지션에서 서브미션을 성공시키기 위해서는 위에 있는 상대의 체중분배 상의 허점이 있어야 가능하다. 상대가 압도적으로 체중이 많이 나간다면 아무리 불안정한 자세에서도 압박력은 크게 줄지 않는다고 봐야 한다. 더군다나 압박하는 힘에 더해지는 파운딩은 어떻게 막아낼 것인지는 오히려 내가 묻고 싶은 대목이다.


고미가 도전했던 실바도 사실 헤비급-미들급 통합 챔피언 이야기를 언급한 적이 있었다. 당시 미들급의 강자들을 연파하며 적수가 없다는 말이 나오면서 실바 자신도 통합챔프 도전 야욕을 숨기지 않았었다. 실제로 크로캅이라는 불세출의 헤비급 타격가를 맞아 무승부를 이끌어내기도 하면서 자신감도 가졌을 만한 상황이었다. 그러나, 실바는 2004년 남제에서 마크 헌트를 만나본 뒤 다시는 헤비급의 '헤' 자도 꺼내지 않았다. 마크 헌트의 차원이 다른 체중 실린 펀치를 몸소 경험해 본 뒤 나름대로 앞서 언급했던 물리적인 차이를 인정하지 않을 수 없게된 것으로 풀이된다.

이런 상황이라면, 왜 프라이드 FC는 무차별 GP라는 카드를 꺼내 들었는지에 대해 관심을 갖지 않을 수 없다. 이 부분에 대해서는 마이데일리의 이석무 기자가 쓴 '프라이드, 고민 엿보이는 무차별GP 개최(클릭)' 기사를 참고하기 바란다. 프라이드가 자국내 흥행에 대한 압박감에 무리수를 두었다는 결론인데, 예정되있던 헤비급 그랑프리를 무차별 GP로 전환하면서 헤비급 정상에 도전하고자 했던 다른 헤비급 선수들의 기회조차 박탈하는 것은 아닌지 곱씹어 볼 대목이다.  사카키바라 대표가 이웃나라의 인기도 없는 칼럼니스트의 말을 들을리 만무하지만, 이번에는 진짜 말리고 싶다. 고미도 괜히 헛바람들어 심각한 부상을 입고나서야 어리석었음을 깨닫지 않기를 바랄 뿐이다. 아니면 온 일본을 뒤져서 나다신영류1)의 계승자이라도 찾아내 숨겨진 필살비전라도 연마하던가...

 * 나다신영류1): 일본의 인기 격투만화 고교철권전 터프(Tough)의 주인공 키보가 연마하는 고대의 실전 격투기. 타격과  관절기가 조화된 종합 격투기이며, 필살기가 수도 없이 많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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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격투칼럼니스트 이정민/ 격투로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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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2008/05/23 04: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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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여보세요, 좋은 아주 위치!
  2. 2008/05/23 05:05
    댓글 주소 수정/삭제 댓글
    우수한 위치! 많은 감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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