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월은 격투스포츠의 비시즌이다. 일본의 양대 단체가 매년 12월 마지막 날 그해의 마지막 스페셜 이벤트에 혼신의 힘을 쏟아부은 후 잠시 휴식기간을 갖기 때문. 올해도 여지없이 격투 팬들에게는 심심하기 그지 없는 한 달이 이제 거의 다 지나갔다. 올해는 다행스럽게도 효도르 형제가 삼보의 저변 확대를 위해 우리 나라를 방문해 격투팬들과 함께 해 예년에 비해 심심치 않게 보낼 수 있었던 것 같다.

오늘은 프라이드의 음악 이야기를 해볼까 한다. 격투 칼럼에 무슨 음악 이야기인가 싶겠지만, 사실 음악을 빼고 프라이드FC를 말하기란 쉽지 않다. 엄연히 격투기 대회지만, 음악과 무대, 조명이 어우러진 종합예술이라고 하면 비약일까? 굳이 비교하자면 선수들의 연기(?)와 마이크 어필이 가미된 뮤지컬에 비교할 수 있을 것 같다.

프라이드를 한 편의 뮤지컬에 비교할 수 있을 정도로 만든 1등 공신은 다름아닌 프라이드 FC의 메인 테마곡. 프라이드를 전혀 모르는 사람도 30초만 듣고 있으면 아드레날린이 솓구치는 느낌을 들게 할 정도로 세계 최대, 최고, 최강의 격투 스포츠 이벤트에 딱 어울리는 곡이다. 뮤지컬 프라이드를 빛내는 주제곡을 넘어서서 이제는 프라이드의 상징이 되어 버렸다.

일본의 작곡가 타카나시 야스하루(Yasuharu Takanashi)가 작곡하고 자신의 오케스트라를 동원해 만든 곡으로 오프닝 송인 '프라이드(Pride)'와 승리 축하곡인 '빅토리(Victory)', 이 두 곡이 우리 귀에 익숙하다. 개인적으로는 출근 길에 특히, 사무실 건물에 입장하면서 애용하는 곡이다. MP3를 구할 수 있다면 한번 해보라. 전투력(?) 증폭에는 이만한 곡이 없다.


아드레날린...  실제로 프라이드의 음악들, 특히 선수들의 입장곡들의 가장 큰 기능적 특징이 바로 이 아드레날린이다. 가장 육체적인 스포츠인 동시에 가장 정신적인 스포츠인 격투 스포츠에서 심리적인 긴강감을 극대화 시키는 음악이야 말로 필수 불가결한 선택이 아닐 수 없다. 그래서 대부분의 선수들의 입장 테마곡들은 비트가 강렬하거나, 고음의 파열음이 반복되거나 하는 웅장한 분위기의 곡들을 입장곡으로 쓴다.

단순히 입장할 때 배경 음악으로 틀어 놓는데 그치지 않는 선수들도 있다. '리얼 프로레슬러' 미노와 이쿠히사는 입장하면서 음악에 심취해 비트에 맞춰 퍼포먼스를 펼치기도 한다. 마치 자기 자신에게 최면을 걸듯이... 지긋이 눈을 감고는 비트에 맞춰 손가락을 휘젓는다. 그렇게 음악이 나오기 시작하면 이번에는 그 비트에 맞추어 뛰어 나오는 식이다. 미노와의 입장 테마곡은 'One Minute in Heaven'... 마치 링위에서 단 1분이라도 혼신의 힘을 다할 수 있다면 그렇게 할 것만 같은 미노와에게 더없이 잘 어울리는 곡이다.

아드레날린 하면 '이 선수'의 '이 곡'을 빼놓을 수 없다. 게리 굿리지가 입장곡으로 썼던 퀸의 'We Will Rock You'...  전설적인 그룹의 전설적인 곡이다. 고등학교 때 이 음악만 나오면 그 비트에 맞추어 책상을 두드린 경험이 있는 세대라면 '아드레날린' 부분에 충분히 공감할 수 있는 멋진 곡이다. K-1의 전설 앤디 훅도 이 음악을 즐겨 썼는데, '터프한 남자가 되라'고 주문하는 가사 또한 격투 입장곡으로 제격이다.


프라이드도 엄연히 프로 스포츠인 이상, 자신의 이미지를 공고히 하기 위해 음악을 활용하는 것은 어쩌면 당연한 일이다. 이런 경우라면 자신의 격투 스타일이나 링 네임과 적절히 조화 시키면 그 위력이 배가 되는데, 가장 대표적인 예가 그랑프리 원년 챔프 마크 콜먼이다. 마크 콜먼의 별명은 잘 알려진 대로 '해머(hammer)'... 자신의 소속팀도 해머 하우스로 이름 붙였다. 강력한 태클과 해머링을 주무기로 하는 격투 스타일에서 기인된 '해머'라는 링네임에 걸맞게 어디서 찾았는지 'Wild hammer'라는 곡을 입장곡으로 쓴다.

노게이라의 입장곡은 한 술 더 뜬다. 'No Way Out'... 말 그대로 '도망칠 곳이 없다'는 뜻으로 1000 가지 기술을 가졌다는 노게이라에게 이보다 더 잘 어울리는 곡이 있을까 싶다. 노게이라가 사실 그라운드에서만 승부를 내는 스타일은 아니지만, 그의 입장곡의 제목이라도 주의 깊게 들은 상대라면, 노게이라와 그래플링을 펼칠 때 불안감은 증폭 될 것 같다. 가라데 출신의 무사시가 'Kickstart My Heart'라는 곡을 쓰는 것도 아마 같은 맥락일 것이다.

반달레이 실바도 격투 스타일과 잘 어울리는 곡을 테마곡으로 쓴다. 제목만 들어도 '딱'이다. 'Sand Storm' 사막에 불어닥치는 모래폭풍을 상상해보면 실바의 폭풍처럼 휘몰아치는 좌우 연타가 자연스럽게 연상된다. 강렬한 비트에 전자음이 인상적인 이 곡을 듣고 있으면 자신도 모르게 두 손을 모으고 뱅글뱅글 돌리며 손목을 풀고 있는 자신을 발견하게 될 것이다.


우락부락한 격투가들이라고 해서 빠르고 강렬한 음악만을 선호하는 것은 아니다. 효도르의 입장곡으로 사용되는 'Enae Volare Mezzo'라는 곡은 비트만 없다면 중세 교회의 그레고리안 찬트같은 분위기의 곡을 쓴다. 차가우면서도 몽환적인 사운드의 이 노래는 효도르의 '얼음주먹' 이미지를 배가 시키는 것은 물론, 상대의 등줄기을 차갑게 식게 만드는 역할을 톡톡히 해내고 있다.

효도르의 경우는 입장 테마곡의 제목도 눈여겨 보지 않을 수 없다. Enae Volare Mezzo는 영어로하면 'Conqueror'... 정복자라는 뜻으로, 한번의 전투에서의 승자가 아니라 최후의 승자를 의미한다고 하니, '60억분의 1의 사나이' 효도르에게 이보다 더 잘 어울리는 입장곡은 다로 만들려고 해도 어려울 것 같다.

제목에 눈길이 끌리는 격투가들의 입장곡은 효도르 외에도 여럿있다. 사쿠라바 카즈시는 'The Gate To Legend(전설로 가는 문)'을 배경음악으로 프라이드 링 위에 오르고 있다. 프로레슬링의 전설을 꿈꾸었고 궁극적으로는 '정말로 강한 프로레슬러'를 위해 프라이드 링위에 오르는 것이 아닐까하는 생각을 들게 하는 선곡이다.


애국심의 발로로 입장곡을 선택하는 경우도 더러 있다. 주로 우리나라 파이터 들이 이에 해당되는 데 윤동식은 'Rock in Korea'라는 곡을 쓴다. 윤동식을 잘 아는 사람들은 그가 '바위 같은 사람 '이라고 말하는 것을 들은 적이 있는데, 그런 이유로 선택하지 않았을까 한다. 최무배의 경우는 첫 소절만 들어도 온국민의 심장을 두근거리게 하는 붉은악마 공식응원가 'Into The Arena'를 쓴다. 음악에 대단히 조예가 깊은 것으로 잘 알려진 최무배는 일본에서 인기가 높은 겨울연가의 테마곡을 믹싱하여 멋진 장면을 연출했던 적도 있다.

이외에도 낭만적인 음악을 사용하여 오히려 역설적인 효과를 내는 격투가들도 있는데, 히어로스의 추성훈이 대표적인 케이스. 개인적으로 가장 멋있는 입장을 했던 추성훈은 세컨들과 스텝들과 3열 종대로 팔짱을 끼고 'Time To Say Goodbye'에 맞추어 입장한다. 사랑하는 연인에게 이별을 고하는 내용이지만 어쩐지 자신과 붙게될 상대에게 이별을 고하는 것 같은 느낌이었다. K-1의 극진 파이터, 필리오도 비슷한 느낌의 'I ll Be Missing You'를 틀고 나오는 케이스이다.


얼마전 크로캅이 효도르에게 패배한 뒤 마크 헌트 전을 앞두고, 자신의 블로그에 입장곡을 최초로 입장곡을 바꾸겠다는 의견을 밝힌 바 있었다. 실제로 지난 남제 때 그동안 즐겨 써오던 Duran Duran의 'Wild Boys' 대신 멋진 랩 음악으로 입장곡을 바꾸었는데, 서른 살이 넘어선 현직 국회의원인 사나이가 랩음악을 따라 부르던 모습이 매우 인상적이었다. 크로캅이 입장곡을 바군 배경은 명확하게 밝혀지지는 않았지만, '선수들중에는 패배했을때 입장곡을 바꾸기도 한다'는 내용을 블로그에 언급한 것으로 볼때 아마도 효도르 전 패배가 가능 큰 원인이였던 것으로 풀이되고 있다.

이처럼 선수들의 희노애락이 담긴 음악들을 읽어내는 것도 프라이드를 보는 또 하나의 재미가 아닐까 하는 생각으로 두서없이 정리해보았다. 무차별 GP로 올 시즌을 앞두고 있는 '뮤지컬 프라이드'에 어떤 새로운 등장인물과 새로운 음악이 선보일지 기대를 해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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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격투칼럼니스트 이정민/ 격투로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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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2008/05/23 04: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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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일! 우수한 감사!
  2. 2008/05/23 05: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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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걸출한 뉴스!! 종류 블로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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