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월 4일 UFC 67-All or Nothing에서 본 크로캅의 모습은 여러 가지로 UFC에서의 가까운 미래를 그대로 대변한다고 할 수 있다. 우선 경기 장면부터 살펴 보면 에디 산체스와의 경기 장면은 아마도 앞으로의 UFC 헤비급 파이터들과의 대전 때마다 반복될 가능성이 매우 크다.


민첩한 스텝에 날카로운 왼손 펀치를 주무기로, 세계 최강의 동체시력과 태클 디펜스를 반응장갑으로 갖추고 거기다가 '페이크' 미들킥에 이은 '궁극의' 하이킥 까지 곁들여 파운딩으로 마무리...... 우스갯소리로 '킥 앤드 파운드'라고 조크를 하기도 하는 일련의 패턴은 그대로 유지될 것으로 보인다. 중간중간에 한 두 차례씩 상대의 펀치를 허용하며 위기에 몰리는 부분까지 앞으로도 우리의 예상과 크게 다르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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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히려 언제든 경기를 뒤집을 수 있는 서브미션 고수들이 즐비한 프라이드 무대 보다도 어떤 면에서는 더욱 편하게 경기할 수 있을 것이라는 예상이 무리는 아닐 것이다. 물론, 일부 케이지 파이팅에 대한 적응을 변수로 점친 전문가들도 있었는데 해머 하우스의 태클러들로 부터 따낸 국제 태클방어 1급 자격증을 갖춘 크로캅에게는 케이지의 코너가 위협적인 요소는 아닐 것으로 보인다. 오히려 링 코너보다 빠져 나올 수 있는 각이 크기 때문에 스텝이 좋은 크로캅에게는 플러스 요인이 될 수도 있다.


UFC 진화와 포스트 크로캅

프라이드 FC와는 다른 양상이었지만 UFC도 나름대로 꾸준히 변화 되어왔다. 명예의 전당 헌액자 호이스 그레이시의 놀라운 주짓수로 시작해 서브미션, 태클 앤 파운드와 더티 복싱으로 변모되어 현재는 MMA형 아웃 복싱이 주류로 자리잡은 것으로 보인다.


꾸준히 조금씩 변모하기는 했지만 프라이드 FC가 타격과 서브미션이 일본인 특유의 정교함으로 조화와 균형을 이루는 쪽으로 발전했다면, UFC는 의도적인 것은 아니었지만 결과적으로는 투박하게나마 타격 쪽에 선택과 집중을 한 형국이다. 아마도, 서양인 특유의 파워 중심의 선수 육성과 코너에서의 서브미션이 서로에게 치명적인 케이지 파이팅 때문에 자연스럽게 파워에 기반 한 펀치 스타일로 자리 잡았을 것으로 보인다.


중요한 것은 UFC 파이팅의 진화는 철저하게 미국 스타일의 범주 안에 있었다는 것이다. 파워와 펀치 그리고 운동 능력과  화끈한 '한 방'을 우대하는 미국 팬들의 입맛을 프로 스포츠인 UFC가 자연스럽게 부합되었다는 것이다. UFC 헤비급의 최대 선수 배출 무술 종목이 복싱이나 주짓수가 아니라 '미식축구'라는 점도 파워 중심의 스타일 정착에 큰 역할을 한 것으로 보인다.(반농이지만 통계적으로 실제로 그렇다)


프라이드와는 다른 양상으로 진화된 UFC에서 크로캅은 어떤 상대를 만나게 될까?


'한 방'의 팀 실비아?

'확실히 예전보다는 못하다'는 현재 UFC 헤비급의 판도는 UFC의 진화를 그대로 보여준다. 일단 현 챔피언 팀 실비아 부터 전형적인 '한 방' 스타일의 파이터이다. 그의 훅과 어퍼컷은 사실 그렇게 둔하며 센스라고는 찾아볼 수 없는(점점 좋아지고 있는 중이지만)에서도 그런 폭발력을 낸다는 것 만으로 일단 그 위력은 인정해야 한다. 스피드는 느리지만 궤도와 무엇보다 임팩트가 좋다는 게 중론이다. 큰 키와 긴 리치는 펀처에게는 그야말로 '신의 선물', 실비아가 크로캅을 만나게 된다면 그를 지켜 줄 수호천사가 될 것이다.


실비아의 큰 키 때문에 크로캅이 주무기인 하이킥을 적중 시키기 어려울 것이며 긴 리치 때문에 거리 조절이 힘들어 고전할 수 도 있다는 게 실비아 우세론의 실체인데, 반론도 만만치 않다.


우선 크로캅의 주무기는 하이킥이 아니라 왼손 펀치라고 보는 게 맞으며, 실비아와 4cm 밖에 차이가 나지 않는 알렉산더 에밀리아넨코의 상단 가드의 작은 틈 사이로 녹아웃 하이킥을 성공시킨 사례를 들 수 있다. 게다가 실비아의 둔하기 짝이 없는 스텝으로는 럭키 펀치를 제외하고는 크로캅의 스텝을 절대 따라올 수 없으며 그 속도의 펀치 스피드라면 크로캅은 미소와 함께 정확히 눈으로 보면서 피할 것이라 실비아 우세론을 일축한다.


'날카로운' 알로프스키?

실비아에게는 미안한 이야기지만 개인적으로는 실비아보다는 알로프스키 쪽이 크로캅에게 까다로운 쪽으로 보인다.


녹 아웃 펀치의 3대 요소 중 파워보다는 스피드와 타이밍으로 승부하는 쪽인데다가, 스텝도 크로캅에 버금 갈만큼 가뿐하다. 거기다가 훅에 비해 '3배단' 수준인 스트레이트를, 더군다나 원 투 스트레이트를 자유자재로 쓰면서 카운터 크로스를 쓸 줄 안다는 측면에서 알로프스키가 크로캅에게는 호적수 일 수 있다.


팀 실비아와의 첫번째 타이틀 매치 외에는  많이 선보일 기회는 없었지만 백본 기술이 삼보(세계 선수권자)라는 것 도 크로캅에게는 아직까지도 심적부담을, 팬들에게는 기대감을 부풀게 하는 요소이다. 더군다나 28살의 최적의 순간을 앞두고 있는 나이라는 것도 그에게 기대를 걸게 하는 큰 요소이다.


젊은 나이, 완벽에 가까운 체격조건에 뛰어난 백본 기술 그리고 활기찬 타격만 두고 본다면 크로캅에 더 어울리는 상대임에는 틀림없다. 그렇다고 허점이 없는 것은 아니다. 늘 문제점으로 지적되어 왔던 안면 타격 방어능력은 사실 크로캅과의 대전 시뮬레이션에서는 매우 큰 위험요소로 작용한다.


원 투 스트레이트에 의존도가 높은 단조로운 공격패턴은 이미 실비아에게 타이틀을 빼앗기면서 누구보다 뼈저리게 그 한계를 절감 했을 것이다. 역시 '이방인' 신분인데다가 이런 한계 때문에 현재는 지나치게 과소평가 되는 경향이 있지만, 시장상황을 배제하고 파이터로서만 평가한다면 알로프스키 쪽이 크로캅과 멋진 경기를 선사할 재원이 될 것이다. 물론, 단조로운 공격패턴에서 벗어나 30세 전후 파이터 특유의 창의력과 경험의 절묘한 조화 상태로 접어든다는 전제가 있어야 하지만...


잠재적 도전자들

크로캅이 자신의 예상대로 실비아를 꺾고 알로프스키를 상대로 방어전을 성공한다면 태평성대를 이루고 효도르와 통합 타이틀전을 치루게 될까? UFC의 최대 장점 중 하나는 회전이 빠르다는 것이다. 3~4전 만에 챔피언을 위협할 도전자로 격상될 수 있는 시스템과 미식축구와 아마추어 레슬링의 무궁무진한 재원 그리고 UFN의 날로 높아 가는 인기를 고려하면 앞으로 잠재적인 도전자들은 끊이지 않고 나올 것이다. 본전을 뽑아야 하는 다나 화이트 사장이 충분히 공급해 줄 것은 불 보듯 뻔한 일이다.


이미 가시권에 들어와있는 확인 가능한 적들도 수두룩 하다. 가장 먼저 떠오르는 도전자는 역시 '미국의 노게이라' 프랭크 미어다. 오토바이 사고로 1년간의 공백 후 복귀한 미어가 지독한 후유증을 앓고 있기는 하지만 프라이드 FC의 주류로 자리잡은 '진화형 주짓수'에 가까운 스타일이라는 점과 젊은 나이를 고려하면 절망보다는 가능성이 훨씬 더 남아 있는 쪽이다. 결정적으로 기술은 거짓말을 하지않는다.


이미 복귀 선언을 하고 실비아와 타이틀 매치가 예정되어 있는 명예의 전당 헌액자 랜디 커투어도 대전이 성사될 경우 엄청난 흥행카드로 작용할 것이다. 에디터와 같은 낭만주의 격투 팬들은 어쩌면 이번 3월 실비아전에서 타이틀 탈환을 꿈꿀 텐데 그렇게 될 경우 예상보다 빨리 'UFC의 전설'과 만나게 될 것이다. 설사 타이틀 도전에 실패하더라도 랜디의 나이를 고려할 때 예상보다 훨씬 빨리 크로캅과 만나게 될 가능성이 매우 크다.


'헤드헌터' 폴 부엔텔로도 즉시 전력 감이다. 알로프스키에게 UFC 역사상 가장 멋진 펀치 장면을 내주며 속도를 늦췄지만 펀치력 하나 만큼은 실비아와 버금간다는 평가다. 속도는 오히려 부엔텔로 쪽이 더 빠르며 뛰어난 그래플링 능력을 숨기고 있다는 점으로 보면 크로캅에게 위협을 줄 수 있다. 실제로 다나 화이트 사장의 본전회수 계획과 북미 시장 공략의 중심에는 폴 부엔텔로가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UFC와 프라이드 FC, 그리고 프라이드FC USA까지 끊임없이 반복되어 나오는 갈등과 합종현횡, 특히 통합타이를 등 각 종 ‘설(說)’까지 연결되면 감당 못할 정도로 이야기가 불어날 것 같다.

이래저래 양쪽 단체에 미묘한 시점에 도무지 끝을 알 수 없는 포석을 선택한 크로캅의 격투의 길에 프라이드를 떠난 한참 후까지 주목을 끌게 될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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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격투칼럼니스트 이정민/ 격투로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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