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준결승 대진 발표 후 원래 예상했던 시나리오는 준결승 1차전에서 미사키 카즈오(그라바카/일본)가 파울로 필리오(BTT/브라질)를 판정까지 끌고가며 최대한 체력을 소진 시킨다는 것이었다. 미사키가 얼마나 필리오의 체력을 갉아 먹느냐가 데니스 강의 챔피언 등극의 가장 큰 변수로 예상했다. 필리오가 그라운드에서 무적의 제압력을 자랑하기는 했지만, MMA에 최적화 된 아웃복싱으로 이번 GP의 우승후보 필 바로니와 챔피언 댄 핸더슨 까지 잡아낸 미사키에 거는 기대가 그만큼 컸다. 물론 미사키가 아웃복싱으로 필리오의 체력을 바닥 내려면 필리오가 스탠딩 타격으로 맞서야만 가능한 시나리오였다. 필리오가 압도적으로 그라운드에서 강하다는 것을 알고 있기 때문에 미사키가 섣불리 그라운드로 내려가지 않을 것이라는 계산이 깔려 있었다. 예상했던 시나리오는 처음부터 빗나갔다. 필리오가 시작하자 마자 미사키의 스텝을 몇번 밟기도 전에 바로 테이크 다운에 성공한 것. 탑 포지션에서의 움직임은 세계 최고 수준인 필리오 특유의 압박이 불을 뿜었다. 타고난 파워에 작지만 단단한 체구의 필리오는 오늘 테이크 다운 후 가드 안쪽에서 가드 패스, 풀마운트를 넘나들며 최강의 제압력을 마음껏 뽐냈다. 근성이 좋기로 유명한 미사키가 기를 쓰고 끊임없이 브릿지를 시도하며 빠져나오려고 애썼지만, 하프가드를 단 한 차례 빼앗아내는데 5분이나 깔려 있었을 정도이니 예상한 시나리오는 완전히 빗나간 것이다. 그라운드에서라도 체력을 소진하게 했으면 좋았으련만, 1라운드 내내 완벽하게 제압당해서 아무것도 못하다가 마지막 10초를 남기고 스윕을 시도하다가 암바에 걸려 허망하게 패배해 버렸다. 데니스 강 챔피언 등극 시나리오는 보기 좋게 빗나갔지만, 필리오의 압박이 워낙 강하기로 정평이 나있었기 때문에 이때까지만 해도 그져 아쉬운 수준이었다. 두번째 시나리오는 반대로 준결승전 두번째 경기에서 데니스 강이 최대한 단 시간내에 고노 아키히로(그라바카/일본) 깔끔하게 제압하는 것이었다. 마음 같아서는 고노의 사상 최대 규모의 입장 퍼포먼스가 무색할 정도로 단시간내에 끝내주기를 바랬지만 이 또한 빗나갔다. 고노는 사실 경망스럽기 짝이없는 댄스 퍼포먼스와 무자격 개그로 시쳇말로 우습게 보이지만, 두뇌회전과 기회포착 만큼은 비상한 파이터이다. 손자가 읊은 허허실실은 바로 고노를 가장 잘 설명하는 수식어일 것. 거기다가 디펜스가 워낙 좋아 아무것도 안하는 것 처럼 보이지만 차곡차곡 포인트를 쌓아 결국에는 승리를 챙기는 스타일이다. 데니스 강은 이런 고노를 제대로 파악하고 방심하지 않고 철저히 대비했다. 이제는 타격 전문 선수로 분류될 정도로 안정적인 자세로 고노의 기회를 노리는 타격에 철저히 카운터를 꽂아넣으며 우세한 플레이를 펼쳤다. 하지만, 영리한 고노가 뛰어난 동체시력과 본능적인 방어능력을 바탕으로 얄미울 정도로 잘도 피해나가면서 결정적인 타격을 허용하지 않으며 버텨냈다. 데니스 강은 호시탐탐 기회를 노리는 고노의 타격을 첫번째는 허용하더라도 두번 이상 반복되는 타이밍에는 철저하게 카운터를 꽂아넣었다. 결정적인 타격으로 녹다운 시키지는 못했지만 큰 위기도 없이 수월하게 판정승을 이끌어내며 결승에 진출했다. 판정까지 가면서 체력에는 다소 부담이 있을 것으로 예상되어, 고노의 여우같은 방어가 내내 아쉬움이 남았지만,이때까지만 해도 무난하게 결승에 안착하는 느낌이었다. 세번째는 전혀 시나리오로 예상치 못했던 일이었다. 필리오가 미사키와의 경기 중 입은 다리 부상으로 결승 진출을 포기한 것. 준결승에서 패배한 미사키가 대신 데니스의 상대로 갑작스럽게 결정되었다. 마음 한편으로는 속으로는 필리오의 45톤 프레스같은 압박에 맞서느니, 차라리 미사키의 아웃복싱을 요리하는 편이 수월할 지도 모른다는 생각도 들었다. 미사키가 아웃복싱 스타일을 구사한다면, 오늘 데니스 강은 아웃복서 그 자체였던 것도 승리를 조심스럽게 예상하게 했다. 앞서도 언급한 원데이 토너먼트의 가장 큰 불확실성, 즉 변수는 역시 부상이었다. 필리오의 중도이탈도 부상이 원인이었지만, 데니스 강도 오른쪽 어깨에 부상을 입으면서 경기의 향방이 완전히 양상이 틀어졌다 결승전 상대가 일본인 파이터로 변경 되었다는 것도 마음 한 구석에 찜찜함이 가시지 않게 했던 원인이었지만, 역시 부상이 직접적인 원인이었다. 토너먼트 탈락의 나락에서 가까스로 구제받은 미사키 쪽이 의욕이 앞서는 것은 어쩌면 당연한 일이였을지 모른다. 그동안 자신의 주무기로 써왔던 타격에서 데니스 강이 자신보다 앞선다고 판단한 미사키는 과감하게 아웃복싱을 포기했다. 미사키가 MMA에 최적화된 아웃복싱을 구사한다면 데니스 강은 이미 아웃복서 그 자체였기 때문이다. 토너먼트 중의 부상은 사실 고통 그 자체는 미미하다. 아드레날린이 솟구치는 경기 상황이기 때문에 통증을 느낄 여유가 별로 없기 때문. 부상이 주는 통증보다는 집중력 저하와 함께 급격한 체력저하를 가져온다. 데니스 강도 마찬가지. 미사키를 맞아 탑 포지션을 유지하며 파운딩으로 차근차근 포인트를 쌓았지만 각 라운드 후반 집중력이 떨어지며 라운드 내내 벌어 놓았던 포인트를 모두 까먹었다. 현대 MMA에서 태클의 실패는 곧 반격을 의미한다. 오늘 출전한 이시다 미츠히로(T-블러드/ 일본)와 같은 '인빈져블(invinsible) 태클'이 아니라면, 차라리 아끼는 편이 낫다. 조금만 어설픈 부분이 있다면 바로 목을 내주고 포지션을 내주기 때문. 데니스강도 집중력이 떨어진 상태에서 급한 마음에 태클을 들어가다 곧바로 리버스 백마운트를 내주고 니 킥 연타에 충격을 받은 것은 물론 포인트도 몽창 잃어 버렸다. 물론, 미사키의 짜증날정도로 집요한 홀딩을 일본 심판이 적절히 지적하지 않은 부분이나 그린카드를 포인트에 크게 고려하지 않았고, 데니스 강의 포지션 우위보다 미사키의 니 킥에 더 후한 점수를 준 것은 우리 입장에서 보면 충분히 분노할 수도 있는 일이다. 공교롭게 외국인 심판만 데니스의 손을 들어주고 일본인 심판 두명은 미사키의 손을 들어준 것도 의혹이 일만한 부분이지만, 결코 편파판정은 아니었다. 프라이드 심판진의 판단근거는 명확하다. 그래플링에서의 우위 보다는 타격이 우선한다는 것. 타격에서도 적중시키는 것 자체보다는 실제 충격을 얼마나 주었느냐가 점수 판단의 근거이다. 홈 어드벤티지의 이점을 전혀 고려하지 않고 객관적으로 종합해 봐도 데니스 강이 확실히 미사키를 제압했다고 보기는 사실 어려웠다. 경기 종료 직후 최소한 무승부라도 기대횄던 것이 솔직한 심정이었다. 한가지 아쉬운 부분이라면, 레프리(주심)이 미사키의 가드 포지션에서의 지나친 홀딩(공격방해)을 좀 더 일찍 지적해 주었더라면 하는 부분일텐데, 판정에 직접적인 영향을 주는 부분은 아니기에 말그대로 아쉬운 부분일 뿐이다. 데니스 강의 멋진 플라잉 니킥이 적중되었더라면 하는 마음과 똑같다고 보면 된다. 결과는 2:1 판정패. 한국인 최초의 프라이드 챔피언 등극의 천재일우의 기회를 일련의 불확실성 앞에 아쉽게 놓쳐버렸지만 최선을 다해준 데니스 강의 투혼에 박수를 보내고 싶다. 특히나 반려자의 죽음이라는 엄청난 심적 고통 속에서 이뤄낸 준우승이라는 업적은 인간의 영역을 이미 넘어선 투혼이었을 것으로 보인다. 누구보다도 아쉬움을 겪어 본 데니스 강이기에, 큰 부상 없이 다음 기회에서는 후회 없는 승부가 이어지기를 바래본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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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인 최초의 프라이드 챔피언에 도전한 데니스 강(ATT/한국)은 이런 토너먼트의 불확실성에 대해 오늘 열린 프라이드 윌터급 GP 결승전에서 몸소 그 실체를 보았을 것이다. 예상할 수 없었기에 그의 패배가 더욱 아쉬웠고 더욱 뼈 아팠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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