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8일(현지시간) 미국 라스베가스에서 열린 UFC 61 - Bitter Rival에서 깜짝 놀랄만한 소식이 전해졌다. 이날 UFC의 다나 화이트 사장은 반달레이 실바를 깜짝 등장시켜 옥타곤 안으로 불러냈고, 곧이어 '실바와 리델이 오는 11월 UFC 대회에서 맞붙게 될 것'이라고 발표했다.
팀 실비아가 영민한 안드레이 알로프스키의 두 번째 도전을 막아내고 챔피언 벨트를 지킨 것도 놀라운 소식이었지만, 전대미문의 양 단체 현 챔피언 간의 대전 카드에 비할 수는 없었다.

프라이드FC 미들급 챔피언 반달레이 실바는 직접 "UFC 무대에서 챔피언 리델과 싸우고 싶다"고 선언했고, 이어 등장한 UFC 라이트헤비급 챔피언 척 리델과 눈싸움으로 선전포고를 마무리 했다. 사상 초유의 챔피언간의 대결...... 부상 등 변수가 남아 있지만 세계 MMA 스포츠의 판도를 바꿔놓을 만한 엄청난 대사건이 아닐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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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라이드와 UFC의 선수교류는 처음 있는 일은 아니다. 잘 알다시피 이번 대전의 주인공 리델과 비토 베우포드 등 'UFC의 자객'으로 프라이드 링에 선보인 적이 있다. 특히 리델은 특히 퀸튼 잭슨에게 고배를 마신 적이 있다. 물론 챔피언에 등극하기 전인 2003년의 일이었고 철망이 아닌 링 위에서 다소 반감되는 옥타곤파이터들의 습성을 고려하면 크게 의미를 두긴 어렵다.

리델 자신도 링 위에서 경기를 풀어가기 어려움을 여러 차례 토로한바 있다. 챔피언 등극 후까지 따라다니는 프라이드에서의 패배에 대해 '프라이드 파이터 누구와도 싸울 수 있다'면서도 '단, 옥타곤에서'라는 단서를 달기도 했다. 작년 이맘때쯤 실바가 리델에게 공식적으로 대전을 요청한다는 도발에 대해서도 "실바와 싸우기를 고대한다"면서도 "UFC 무대에서"라는 단서를 달기도 했었다.(관련기사:
실바, 척 리델에 "12월 31일 붙자" [홀로스 2005-05-06](click)

파워를 앞세워 지형지물(?)을 활용한 그라운드 공격이 잘 발달되어 있는 UFC 파이터들에게는 오픈 되어 있는 거나 다름없는 링 위에서의 그래플링이 다소 부담스러운 것도 사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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케이지에서의 그라운드는 사실 링 위에서의 그것과 다른 양상으로 펼쳐지는데, 쉽게 설명하면, 탑 포지션의 선수들은 철망으로 상대를 몰아 가두어 놓고 파운딩을 펼치고, 이럴 경우 바닥의 선수의 행동반격이 철망이 가로막고 있으므로 스윕에 거의 불가능해진다. 거꾸로 철망을 지지대로 삼아 스윕에 성공하는 경우도 빈번하기 때문에 순수하게 그라운드에서 체중이동 만으로 스윕을 하는 프라이드와 가장 큰 차이가 여기서 나온다.

그렇지만 프라이드 링 위지만 타격 전문선수인 퀸튼 잭슨에게 타격으로 패배한 리델의 이야기는 왠지 변명으로 들리는 것은 나 뿐일까?

사실 격투 팬들의 입장에서 보면 실바-리델 전 만큼 흥미진진한 카드는 찾기 어렵다. 실바가 신인시절 UFC에서 고배를 마신 적이 있고, 당시 실바에게 옥타곤에서 패배를 안겼던 티토 오티즈와 비토 베우포드를 리델이 잡아낸 히스토리를 아는 팬이라면 더욱 그렇다. 리델에게 프라이드에서 패배를 안긴 퀸튼 잭슨이 실바에게 두 차례나 녹아웃 당한 적이 있다는 것도 같은 이치일 것이다. 실바 입장에서도 세계 최강의 프라이드 FC 챔피언 임에도 불구하고 계속해서 따라다니는 UFC에서의 두 번의 패배가 지긋지긋했을 수도 있다.

과거의 히스토리를 차치하고라도 현재의 현역 챔피언으로 군림하고 있는 두 선수의 대전이라면 멋진 경기를 기대할 수 밖에 없다. 두 선수 모두 타격을 기반으로 한 화끈한 스타일인데다가, MMA에 최적화된 펀치 테크닉을 구사하고 있다는 평가로 수준 높은 타격공방을 쉽게 예상해 볼 수 있다.

'아름답다'라고 까지 평가 받는 리델의 느린 듯 하면서도 기가 막힌 타이밍에 파워를 실어내는 오른손 훅에, 실바가 살짝 뒤로 위빙한 후 곧바로 튀어나오면서 터져 나오는 좌우 연타로 맞서는 장면은 생각만 해도 즐겁다. 실바의 가공할 만한 니 킥 연타가 철망에 등을 기댄 상대에게 어떤 위력을 보일지도 궁금증이 유발한다.

양 선수의 대전은 여러모로 흥미진진하고 박진감 넘치는 카드임에는 틀림이 없다. 그러나 이 경기의 배경을 조금만 들여다 보면 그렇게 흥미로만 이루어진 대진은 아니라는 것을 알 수 있다.

앞서도 언급했듯이 프라이드FC와 UFC의 선수교류는 처음 있는 일이 아니다. 오히려 예전에 베우포트와 리델을 시작으로 활발한 선수교류를 기대했었으나, 요즘은 흐지부지 되었던 상황이었다. UFC에 서는 프라이드 링 위에 파이터들을 꾸준히 파견해 왔으나, 프라이드에서 그에 상응하는 답방을 하지 않자 UFC 측에서 불만을 토로하면서 선수교류는 한동안 자취를 감추었었다. 오히려 최근에는 월드 네트워크 프로젝트로 활발하게 세계 시장에 진출하던 K-1 쪽으로 교류의 축이 넘어가는 듯한 분위기도 감지되던 형국이었는데 이런 대형 카드가 발표된 것이다.

한 동안 뜸하던 선수교류가 왜 갑자기 터져 나왔을까? 
그것도 챔피언 간 정면대결이라는 사상 초유의 빅카드로 이를 부활 시킨 데는 뭔가 이유가 있을 것이다.
각 단체간 크로스 매치는 사실 그 자체로 단체 입장에서는 여간 부담스러운 게 아니다. 소속 선수의 패배는 곧 단체의 수준을 대변하기 때문. 일반 선수들도 마찬가지이지만 챔피언이 패배 해버리면 그 단체 동 체급 전체의 패배, 더 나아가서는 단체의 패배를 의미하는 것이나 다름없다. 최강을 지향하는 MMA 단체 입장에서는 훨씬 더 치명적인 타격일 수도 있다는 의미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챔피언간 맞대결이라는 초 강수를 둔 것에는 합당한 이유가 있을 것으로 보인다. 가장 쉽게 생각해 볼 수 있는 배경은 역시 공교롭게 거의 같은 시기에 봉착한 두 단체의 위기 돌파책이라는 것이다. 프라이드는 TV 중계권 회수라는 위기, 그리고 UFC는 WFA의 등장이라는 위기에 직면했고, 이런 위기를 타계하기 위한 돌파구로 이번 빅매치가 성사되었다는 분석이다.

프라이드 입장에서는 TV 중계권 사태로 주춤했던 미국진출을 위한 발판으로 UFC를 활용하는 동시에 사쿠라바 카즈시의 이탈로 급격히 감소한 일본 내 관심을 해외에서 눈을 돌리게 하려는 의도였을 것이다. 스토리라인을 중시하는 프라이드의 치밀한 매치 업 성향을 볼 때 실바를 내세운 것은 결코 우연이나 실바 개인적인 리벤지가 아닐 것이라는 것.

사쿠 만큼 일본 내 인기가 높은 실바를 통해 UFC 정벌이라는 거대 프로젝트를 완수하게 함으로서, 요즘 한창 부르짖고 있는 '영원한 프라이드FC(PRIDE Forever)' 캠페인을 극대화 시키겠다는 계산일 것이다. 사쿠나 다른 일본 파이터였으면 그 효과는 더욱 컸겠지만, 패배했을 때의 역효과가 크기 때문에 아예 가장 확률이 높은 동시에 가장 극단적인 실바로 초 강수를 둔 것으로 보인다.

UFC 입장에서도 충분히 남는 장사이다. 일단, 정상급 파이터를 옥타곤으로 불러 들여 TV 리얼리티 쇼 '얼티미트 파이터'로부터 불기 시작한 흥행행진을 이어간다는 복안일 것이다. 그러나 불러오는 파이터가 실바라는 것은 UFC 입장에서는 다른 의미도 있어 보인다. 거물 프로모터 돈 킹을 앞세워 출범한 WFA의 프랜차이즈 스타인 퀸튼 잭슨에 대한 일종의 '물타기'라는 것이다. 퀸튼을 두 차례나 무참히 제압한 실바를 초빙함으로써 WFA의 야심 찬 스타트에 찬물을 끼얹겠다는 심산인 것이다.

개인적인 망신을 주려고 이런 일을 꾸민다는 것은 아니다. 프라이드FC와 UFC의 챔피언간 맞대결을 펼침으로써 MMA 스포츠를 대표하는 양대 산맥으로 자리매김 하겠다는 의도로 해석하는 편이 더 합리적일 것이다. 이를테면, 링 위에서의 MMA는 프라이드FC, 케이지에서 하는 MMA는 UFC로 각기 특색을 유지하면서 최고의 MMA 단체로 팬들의 인식을 선점하겠다는 것으로 보는 것이 가장 합리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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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카키바라 DSE 대표가 "실바의 UFC 참전은 프라이드와 UFC의 전면 전쟁을 의미한다"고 밝혀 흥을 돋구었지만, 사실 상 '정면대결'로 포장되어 있지만 '합종연횡(合從連衡)'에 가깝다는 것이다. 이번 매치를 통해 양 단체간의 교류에서 오는 흥행 잠재력이 확인 된다면 연이어지는 리벤지 매치를 시작으로 본격적인 후속 이벤트를 기획될 수도 있다.

이유여하를 막론하고 MMA 키드 들에게는 이보다 더 반가운 소식이 없을 것이다. 경쟁을 통해 각 단체들의 특유한 색깔이 정립되고 선수 층이 넓어지면서 좀 더 다양한 볼거리를 제공될 수 있다는 것은 격투 팬들에게는 무조건 즐거운 일이다. 실바와 리델의 정면대결을 시작으로 엄청난 후 폭풍까지 불어오지 않을까 조심스럽게 기대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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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격투칼럼니스트 이정민/ 격투로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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