격투 스포츠 역사상 최대의 빅매치로 기록될 '효도르 대 크로캅' 전이 이제 몇일 앞으로 다가왔다. 오는 28일 프라이드 FC 헤비급 타이틀 매치에서 이 두 선수는 인류 최강을 증명하는 챔피언 벨트를  놓고 그야말로 '프라이드'를 건 한판 승부를 보일 것이다.

효도르와 크로캅의 격전을 앞두고 수많은 국내외 언론들과 격투기 사이트는 물론 각 온라인 동호회의 게시판 등에서 이번 승부의 향방에 대해 수많은 설전이 먼저 오갔다.

지금까지 그 어떤 매치 보다도 승부를 예측하기 어려운 상황이라 이번 만큼 그 설전이 뜨거웠던 적이 없었다. 격투에 예상은 없는 법 이라지만 그 뜨거운 설전에 한마디 보태려고 한다.

 격투팬들의 대체적인 예상은 '크로캅 입식타격 우세, 효도르 그라운드 우세'로 정리된다. 그러나 그 둘간의 대결은 그렇게 단순한 공식으로 설명하기 어렵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하나같은 의견이다. 더군다나 이번 대결을 앞두고 두 선수 모두 오랜 기간 착실하게 준비해 온 것은 물론 부상 등 예측하기 어려운 변수들이 도처에 널려있다.

우선 승부예측의 핵심을 쥐고 있는 첫번째 핵심 키워드는 역시 크로캅의 '궁극의 하이킥'이 아닐까 한다. 과연 크로캅의 필살기인 하이킥이 세계 최강의 비기가 될 것인가가 이번 대결의 최대 관심사중 으뜸을 달린다.

킥을 주무기로 하는 선수들은 K-1에 부지기수로 있었다. 피터 아츠의 하이킥도 유명했다. 거의 지면과 타격점을 잇는 큰 타원형 궤도를 그리며 날리는 킥의 파워는 일품이었다. 올해 K-1 라스베가스 대회에서 극진의 부활을 알리며 우승컵을 거머쥔 글라우베 페이토자의 브라질리언 킥도 악명높다. 무릎을 올리는 킥 예비동작까지는 정면으로 올라오다 킥이 나오는 순간에 급격하게 궤도가 변한다. 이내 직선운동은 회전운동으로 급격하게 전환되는 동시에 위에서 킥이 떨어지는 효과가 난다. 페이토자의 경우에는 회전각을 조금 줄이는 대신 좀 더 자유자재로 브라질리언 킥을 구사한다.

이렇게 킥의 달인들이 즐비한 K-1에서도 크로캅의 하이킥은 정말 특별한 데가 있었다.

거의 몸 뒤에서 돌아나오며 회전력을 가중 시켜 몸 앞으로 돌아나오면서 부터는 궤도가 살짝 바뀐다. 회전력을 머금은 채 돌아나와서는 곧바로 상대의 관자놀이를 향해 일직선으로 올라온다. 당연히 최단거리의 궤도를 타니 도달시간이 빠를 수 밖에 없다. 이론상으로는 파워가 다소 줄어야 맞다. 크로캅은 빠른 궤도를 선택하면서 부족할 수 있는 파워를 자신의 상체를 45도로 기울여 체중을 실어내며 커버한다. 혹자는 이런 직선 궤도의 킥을 보고 '태권도의 흔적'이 있다고 평가하기도 한다.

K-1이라면 몰라도 종합격투에서는 절대 쓸 수 없다고까지 이야기 하는 사람들도 있었지만, 크로캅은 세 차례나 하이킥을 경기를 끝낸 바 있다. 종합격투에서도 통할 수 있는 이유중에 하나가 바로 디딤발의 방향이다. 크로캅은 하이킥을 보면 오른발 끝이 거의 정면을 유지한 채 인것을 볼 수 있다. 태권도나 킥복싱, 무에타이 까지 킥을 주무기로 하는 그 어떤 무술에서도 보기 힘든 각도이다. 킥이 가능하다면 지금 한번 해보시기를 디딤발 끝이 앞을 향하면서 하이킥을 할 수 있는지, 그것도 체중을 싣기 위해 디딤발 쪽으로 상체를 조금 기울이는 자세라면 중심을 유지하기가 매우 어렵다. 디딤발이 그대로 앞을 향한 채 킥을 구사한다는 것은 하이킥 후 자세 회복이 빠르다는 것을 의미한다고 한다.

문제는 이렇게 위력적인 하이킥을 이번 효도르 전에 쓰기란 매우 어렵다는 것이다. 효도르 처럼 균형이 잘 잡혀 있는 종합 파이터가 크로캅에게 관자놀이에 허점을 보여주는 실수는 기대하지 않는 편이 낫다. 한 발이 땅에서 떨어진다는 것은 균형의 절반을 포기하는 것과 다름 없다. 당연히 레슬러나 그래플러는 이 타이밍을 태클 타이밍으로 잡을 것은 자명한 사실. 그라운드에서는 부담을 느끼는 크로캅 입장에서는 완벽한 찬스가 아니고는 하이킥을 날리기가 어렵다는 결론이 나온다.

내가 크로캅의 세컨이라면 나는 적극적으로 왼손 펀치를 내라고 주문하겠다. 화려한 왼발에 가려서 상대적으로 눈에 잘 띄지는 않지만 크로캅의 왼손은 세계정상급이다. 만약 왼손이 없었다면 '궁극의 하이킥'도 없었을 것이다.

크로캅이 왼손이 효도르전에 유용할 것이라 단언하는데는 그의 '좋은 눈' 때문이기도 하다. 50승에 가까운 아마추어 복싱 기록이 말해주듯 크로캅은 복서로서 기본기가 분명 있다. 대표적인 것이 바로 '눈'. 크로캅의 격투 능력, 특히 방어 능력의 8할은 바로 그의 눈에서 나온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MMA 경기만을 전문적으로 촬영하는 일본의 유명 사진기자인 나가오 스스무가 찍은 사진 중, 크로캅이 경기중 펀치에 정통으로 안면을 맞으면서도 눈을 감지 않는 장면이 포착된 사진을 보고 놀랐던 기억이 있다.(저작권 및 사용권 문제로 그 사진을 보여드리지 못하는 점 양해 바랍니다.: 필자 주) K-1의 파이터 들에 비해 상대적으로 펀치 매커니즘이 단순한 프라이드 선수들과 경기를 가질 때 크로캅의 '좋은 눈'은 확실하게 도드라지는 능력이다. 효도르 전에서도 크로캅이 자신있게 내세울 수 있는 무기는 아마도 왼발이 아니라 '눈'이 될 것이다.

역대 MMA 파이터 중 가장 안정적인 기량을 자랑한다는 효도르에게도 아쉬운 부분이 없는 것은 아니다. 대표적인 것이 바로 킥! 효도르가 만약 로우 킥을 제대로 구사한다면, 챔피언 벨트를 보유한채로 은퇴할 것'이라고 이야기 하는 전문가들도 있을 정도이다.

사실 개인적으로도 이번 크로캅 전을 앞두고 효도르가 네덜란드로 날아가 '불세출의 격투가' 어네스트 호스트와 합동 훈련을 했을 때 효도르가 호스트의 로우킥을 전수 받기를 매우 고대했었다. 크로캅에게 K-1에서 세차례나 패배를 안긴 호스트 였기에 둘간의 합동훈련의 성과에 대한 기대는 하늘을 찌를 듯 한 것도사실이다.

물론 호스트가 크로캅을 세차례나 제압할 수 있었던 이유가 로우킥 때문만은 아니었다. 크로캅은 호스트를 맞아 철저하게 소위 '거리를 재려고' 했었고 호스트는 절대 계산이 통하지 않는 상대였던게 가장 큰 패인이었다. 효드르가 비교적 단 두차례 짧은 기간동안 로우킥을 완벽하게 전수받기는 힘들겠지만 내가 만약 효도르의 세컨이었다면 아마도 최소한 거리를 유지하고 변화를 주는 부분에 대해서는 귀찮도록 물어봤을 것이다. 크로캅의 무기중 가장 큰 것이 바로 '눈'이라면 더더욱 거리에 신경을 쓸 것이다.

효도르는 잘 알려져 있다시피 상대를 철저히 분석하고 링 위에 올라오는 '작전형 선수가 아니다. 링 위에서의 그때 그때 상황에 맞는 전술로 다양하게 승부를 건다. 노게이라와의 세번의 경기에서 알 수 있듯이, 앞의 두 경기에서는 철저히 태클 앤 파운드로 승부를 걸었던 반면, 마지막 경기에서는 철저하게 스탠딩 타격으로 승부를 걸었던 것을 우리는 분명 기억하고 있다.

세기의 대결은 이미 시작되었다. 격투에 예상은 없는 법이지만... 다른 분들이 미쳐 지적하지 않은 부분을 한마디 거들면서도 사실 그 둘간의 경기가 어떤 양상으로 펼쳐질지 전혀 그림이 그려지지가 않는다. 그저 오는 일요일까지 정말 일일천추( 一日千秋)의 심정으로 방송을 기다리고 있을 뿐.. 아마도 격투를 로망으로 생각하시는 격투팬들도 비슷한 심정이 아닐까 한다. 두 선수의 건승과 무운을 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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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격투칼럼니스트 이정민/ 격투로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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