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최강'이라는 수식어를 감히 붙일 수 있는 사람은 누구인가?

조지 W. 부시? 세계 최강의 미군의 통수권자이니 세계 최강이라고 할 수도 있지만, 왠지 마음 한편으로 인정할 수는 없는 느낌이다. 손가락 끝 하나로 왠만한 나라 하나쯤은  지구상에서 완전히 흔적 하나 없이 날려버릴 수 있다지만 그것을 '세계 최강'이라는 칭호로 부르기는 왠지 어렵다.

그런 논리로 보면 세계 최강의 군대 미군의 경비를 담당하고 있는 한국 경찰의 수장 허준영 경찰청장이 더 강하다고 볼 수도 있지 않은가? 허 청장도 한미연합사 리언 라포트 사령관과 만나는 자리에서 그런 내용의 농담을 던지기도 해서 화제가 되기도 했었다.

얼마전 선종한 카롤 보이티야(요한 바오로 2세)은 요지프 스탈린의 '교황은 몇 개 사단이나 보유하고 있는가?'라는 다소 도발적인 질문에 '바티칸의 군대는 저 위(하늘 나라에) 있다'고 멋지게 받아냈다. 역설적으로 지구상 최강의 육군을 가졌던 소련과 동구 공산 국가들이 차례로 붕괴될 때 폴란드 출신인 요한 바오로 2세가 지대한 영향을 미쳤던 것은 이미 잘알려진 사실이다.

'세계 최강'이라는 타이틀은 세계 최강의 군대의 사령관도 아니고 세계적인 영향력을 지닌 정신 세계의 지도자도 아니다. 외국의 주둔군의 경비를 서는 대한민국의 경찰 수장은 더더욱 인정하기 힘들다.

역시 '세계 최강'의 칭호는 권력과 권위 다위가 아닌 오로지 자신의 주먹과 발, 신체만을 가지고 싸워서 정상에 오른  격투가에 가장 어울리는 수식어가 아닐까?

▶ 세계 최강의 MMA 파이터

'세계 최강'이라는 수식어가 어울리는 사나이는 단연 에밀리아넨코 효도르(29세, 러시아, 레드 데빌)이다. 현 세계 MMA(Mixed Matial Arts: 이종격투기) 헤비급 랭킹 1위이며 프라이드 헤비급 챔피언이며 2003년 그랑프리 챔피언 벨트를 보유하고 있다. 종합격투기 전적 21전 20승 '1패'의 명실상부한 세계 최강의 파이터다.

60억명의 인간이 살고 있는 지구상에서 자신이 '가장 강하다'는 느낌은 어떤 느낌일까? 우리가 아침에 알람 소리에 일어나서 만원 지하철에 몸을 실고 사무실에 나와 컴퓨터 전원을 키고 매일 똑같은 업무를 처리하는 우리들네의 삶과는 왠지 모른 특별함이 있을것 만 같다.

'격투 황제'로 불리는 진정한 '60억분의 1' 효도르는 러시아 출신의 전천후 파이터다. 어린 시절에는 러시아 전통 무술인 삼보를 수련했던 효도르는 엘리트 스포츠를 중시하는 러시아 특성상 유도 선수로 활동하기도 했다. 삼보와 유도 선수로 두각을 나타내던 효도르는 2000년 MMA의 효시라 할 수 있는 링스(RINGs)를 통해 일본 격투 무대에 첫 선을 보이고 무제한급 챔피언의 왕좌에 오르며 이름이 알려졌다.

이후 프라이드 FC 무대에 데뷔하여 2m 11cm의 '격투머신' 새미 쉴트를 시작으로 헤비급 4대천왕 히스 헤링, 일본 헤비급의 희망 후지타 가즈유키를 차례로 격파하며 단숨에 프라이드 무대를 사로잡았다. 그뒤 안토니오 호드리고 노게이라와의 두번의 대전끝에 명실상부한 세계 최고의 격투 이벤트 무대에서 최강의 챔피언의 자리에 올랐다.

 ▶ 얼음주먹, 격투황제 그리고 60억분의 1

'얼음 주먹'... 차가운 눈빛에 굳게 다문 입술... 무표정한 표정으로 링위에 올라서는 무자비한 펀치를 쏟아내는 효도르의 또 다른 별명이다. 최강의 자리에 올라있지만, 자신을 '최강이라고 생각하지는 않는다'고 겸손하게 말했던 효도르... 그런 무도가로서의 자세 때문에 그를 '최강'과는 비교가 되지 않는다는 '최고'의 격투가로 첫 손에 꼽는지도 모르겠다. 지금도 계속되는 효도르의 진화와 그 종착점이 어디일지... 60억분의 1의 위치에 있는 그에게 관심을 갖고 지켜봐야 할 것이다.

올해는 효도르에게 가장 큰 시험의 무대가 예정되어 있다. 효도르를 이기기 위해 K-1에서 건너온 미르코 크로캅과의 대전을 앞두고 있기 때문. 세간의 우려와 다르게 종합 격투기에 놀라운 속도로 적응하며 '미스터 인크레더블(Mr. Incredible)'이라는 별명을 얻은 크로캅의 '궁극의 왼발 하이킥'이 얼음황제를 노리고 있다. 오는 6월 혹은 8월 대회에서 타이틀 매치를 벌일 것으로 예상되는 두 선수를 지켜보면서 '하늘아래 두 영웅은 없다'라는 말을 절로 실감하게 한다. 격투기 열성팬의 한 사람으로서 근 10여년 동안 이렇게 기다려지는 대전은 없었던 것 같다.

과연 누가 진정한 60억분의 1의 '세계최강' 자리에 오를 수 있을지... 과연 그 자리에는 무엇이 있는지 부질없는 궁금증만 더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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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격투칼럼니스트 이정민/ 격투로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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